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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진공학회 여성위원회 김남희 위원장과의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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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김남희 한국지진공학회 여성위원회 위원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다음은 김남희 서울대 교수와의 일문일답.
Q. 김남희 교수님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1990년대 후반부터 서울대학교 지진공학 연구센터 연구교수로 활동하며 국내 내진공학 연구가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지원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비보강 조적조와 석조 문화재의 내진 성능 평가에 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했습니다. 2000년대 초부터는 구조물 설계의 기능과 안전성을 아름다움으로 엮어내는 구조미학(structural art)연구로 확장한 바 있습니다. 우리 학회에서는 여성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여성위원회는 학회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을 모색해왔습니다. 이에 2020년에는 ‘우리 집은 지진에 잘 대비하고 있나요?’를 발간했으며, 이어서 ‘2023 튀르키예-시리아 지진피해: 분석 및 사례 모음집’과 최근 ‘2024 일본 노토반도 지진 - 피해사례 및 분석 모음집’을 발간했습니다.
Q. 2024 일본 노토반도 지진 재해 현장에 방문하시고 피해사례 및 분석 모음집을 발간하셨다고요. A. 피해사례 모음집을 마련한 이유는 학회 전문가뿐만 아니라, 정책입안자를 포함해 지진관련 산·학·연·관 다양한 분야에서 지진에 대한 예방 및 대응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입니다. 학생들이나 일반 대중에게도 중요한 교육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이번 일본 지진 피해 현장 방문 건은 우리 학회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한 것으로, 여성위원회가 주관해 학회 연구진들이 직접 조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그 결과 직접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2024 봄 학술대회에서 관련 전문가들과 토론의 장을 열어 생생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Q. 2024 일본 노토반도 지진의 특성은? A. 해당 지진은 2024년 1월 1일 16시 6분 첫 지진에 이어서 여러 차례 여진이 이어졌으며, 최대 진도 7의 흔들림이 관측됐습니다. 이 지진은 지반의 융기, 쓰나미, 건물 붕괴, 화재 등으로 수많은 사망자와 부상자를 초래했습니다. 이 지역은 독특한 자연환경과 전통 문화를 잘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다양한 시대에 걸쳐서 다양한 건축물이 축조됐는데요. 현대식 건축물과 사회기반시설물이 많지 않고, 오히려 목조 주택 등 오래된 저층 구조물이 많은 곳입니다. 그렇다 보니 내진설계 기준이 강화되기 이전에 지어진 목조 주택의 경우 지진피해가 더욱 컸습니다. 전반적인 지진피해 양상은 목조 주택과 중저층 건물의 피해, 경사면 붕괴, 연약지반의 액상화로 인한 구조물의 변형과 전도 및 침하 피해가 매우 컸습니다. 특히 가와이초에 위치한 7층 건물의 기초가 파괴되어 건물이 전도된 사례는 기초 구조에 대한 내진설계를 재검토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Q. 일본 내진설계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A. 일본의 내진설계 기준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진보된 기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내진설계 기준은 지진으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구조물의 내진 성능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기준으로, 구조물의 용도와 재료 등에 따라서 다양한 설계기준을 갖추고 있습니다. 내진성능의 포괄적인 지수일 뿐 아니라내진설계와 내진성능 평가를 위한 지진력 산정 기준은 세가지 등급으로 분류됩니다. 내진등급 1은 건축 기준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내진 성능을 만족시키는 수준이며, 내진등급 2는 내진등급 1의 1.25배, 내진등급 3은 내진등급 1의 1.5배의 지진력에 견디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내진특등급, 내진1등급, 내진2등급 순으로 내진성능 수준을 정의하는 방식과는 상반되는 방식입니다.
Q. ’가을 학술대회 특별세션 계획: 2024 대만화롄 지진’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2024년 4월 3일 오전 7시 58분에 대만에서 규모 M7.4의 큰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인터넷 매체에 따르면 유사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던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피해 사례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대만 역사상 최악의 지진이었던 치치 지진(1999년 9월 21일) 이후 내진 보강 및 내진 설계의 강화가 큰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번 가을 학술대회에서 화롄 지진 피해 사례를 통해 구조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내진 설계 기준의 순기능을 구체적으로 학습할 예정입니다. 중층 주거용 건축물의 지진 피해 시 입주민들의 행동 및 구호 방법 등 즉시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가능하다면 이번 가을 워크샵에서 2024 대만 화롄 지진에 의한 피해 사례를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자료집까지 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데, 앞으로 지진공학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 이후, 우리 학회는 내진설계 기준을 재정비하고 관련 기술자의 교육을 통해 지진 재해 예방과 대응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CO2 배출량의 증가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자연재해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지진의 발생 빈도와 규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학회는 개별 구조물의 내진설계 기준 및 기존 구조물의 내진성능 평가와 보강을 지속적으로 정비하는 것을 넘어, 도시 및 국가 차원의 재해 대응 전략 계획을 선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산·학·연·관·민의 다양한 분야 관계자들이 소통하고 국제적인 선진기술의 교류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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